515화 추가 해석 (초고) [19.03.05 扶不 설명 추가] by 찌질이 ver2

485화에서 손권-유비간의 동맹이라는 [[정치]]에 이용되는 손숙은 당시 고대 사회에 뿌리 깊게 형성되었던 관념- 여성의 천성(天性)에 관해 처연한 독백을 내뱉습니다.



女人, 早晩會嫁人
여인이라면 결국 언젠가는 시집을 가기 마련.
女人, 不能違背天性
여인은 천성을 거스를 수 없는 법.
而父親, 也不能解開忠臣的枷鎖
아버지 역시도, 충신이란 족쇄를 벗겨내지 못하셨듯이.
[[화봉요원 61권 485화 중]]

그 당시 여성의 천성이란 시집을 가서 지아비를 보필하고, 자녀를 낳아 올바르게 기르는 게 전부였습니다. 이는 귀족 대갓집의 여식이라 해도 피해갈 수 없었지요. 오히려 귀족의 아녀자 같은 경우 더 심하게 나타났는데, 귀족들 간에 외척을 형성하기 위한 정치적 혼인아래, 그저 하나의 정치적 도구, 귀족간의 연결고리로 소비되었을 뿐입니다.
충신이라는 족쇄를 끝끝내 풀지 못한 아버지 손견처럼, 결국 손숙이 제아무리 발버둥치고 사랑에 솔직해지더라도 여성의 천성이라는 족쇄를 풀어내지 못했던 겁니다. 원방을 사랑하고, 요원하에게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들, 그 귀결은 사랑하지도 않는 늙은 유비에게 시집가는 것이었습니다.

515화의 제목 防不勝防은 “막으래야 막아 낼 수 없다”라는 숙어로, 어떠한 사태가 결국 벌어진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남군공방전에서 주유의 공세를 막을 도리가 없다는 뜻이 되는 한편, 유비-손권 간의 혼인 동맹도 결국은 파국으로 끝날 거란 암시도 됩니다.
유선은 보모와 함께 공안(公安)강가에서 놀고 있는 장면입니다. 보모는 유선에게 걱정하지 말라면서, “겁먹지 말고 용감하게” 강가에 놓인 소라를 만져보라고 권하죠. 유선이 안에 뭔가 꿈틀거리는 걸 알면서도 소라를 집어 들어 올리자, 보모는 유선의 행동에 “용감”하다고 칭찬합니다.
515화에서는 유선의 평가가 두 갈래로 나뉘는데 구제할 길 없는 멍청이라 주장하는 쪽과, 일부러 멍청한척하는 천재라는 쪽입니다. 후자를 주장하는 인물은 515화 후반부에 나오는 제갈량이죠. 그렇다면, 여기서 유선이 “똑똑하다”라는 제갈량의 주장을 긍정할시, 유선의 이 “용감함”이라는 것은 단순히 [소라를 집어든 행동]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현재, 유선이 놓인 상황은 곧 강동으로 향하는 배편에 새엄마(손숙)손에 붙들려 출발하기 직전입니다. 515화 후반 파트에서 제갈량이 拐帶라고 지적하듯, 유괴입니다 이거. 유비측의 소주(少主)를 협상카드로 요긴하게 써먹기 위해서 납치해가는 과정이에요.



제갈량 : 손가一旦拐帶 就有藉口反了!
손가가 꾀어 데리고 가준다면 배반의 구실이 생겨나지요!
제갈량 : 別小看公子的能力啊
공자의 능력을 얕보지 마시길.

[화봉요원 515화 뒷부분에서. 제갈량은 유선이 인질로 잡혀가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유선은 이 어린나이에 혼자서 적진 깊숙이 잡혀가는 신세입니다. 그 과정이 언제 끝날지도 모를뿐더러,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평생 강동에서 평생을 썩힐지도 모르고, 더 나아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버릴지도 모르는 일. 이 전부를 알고 있음에도 불구, 유선은 순순히 따라가는 겁니다. 이는 하나의 대구를 이룹니다.
소라고동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모르면서도 겁먹지 않고 “용감하게” 집어올렸듯
강동이라는 복마전 안에 무슨 꿍꿍이가 도사리는지 모르면서도 겁먹지 않고 “용감하게” 적진에 따라가는 것이죠.
다시 말해 유선이 천재이고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모두 알고있다 가정하면, 1페이지에서 칭찬하는 유선의 [용감함]이란 단순히 [소라를 집어든 행위]를 말하는 게 아니라, [유괴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행위]를 비유하는 것이라 봐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야말로 이 유선의 “용감함”은 진짜인 겁니다.

그 다음 2페이지, 손숙이 유선을 빼내온 것을 보고 시위대장이 하는 말인데

시위대장 : 想不到 손夫人撿到一個兒子了
손부인께서 아들을 주우실 줄이야.

여기서 撿는 “줍다”라는 뜻으로, 손숙이 별 대단한 힘을 들이지 않고서 유선을 수월히 빼내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손숙 또한 이게 예상외의 결과였는지 想不到(~일 줄은 몰랐다)라는 말을 쓰며 제갈량의 저의를 의심하는 것이고요.

다음은 오역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단어 오역은 아니고, 말풍선의 화자를 잘못 특정해서 벌어진 오역입니다. 이번 화에 화자(話者)가 특정되지 않은 말풍선이 많아서 말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자꾸 잘못 파악해서...
손숙과 그의 시위대장(侍衛隊將)가 대화를 나누는데요, 제갈량이 유선을 쉽게 내준 행위에 근거해 손숙은 2가지를 확인했다 합니다. 그 첫 번째는 유비의 투항 및 강동의 형주 병탄이 순조롭게 이뤄졌다는 것. 이에 시위대장이 그럼 두 번째는 무엇이냐고 묻는데- 그 다음에 이어지는 것은 손숙의 대사가 아니라, “유선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진모작가는 손숙이 2번째 증명을 시위대장에게 설명하는 컷을 의도적으로 잘라버리고선 그 부분을 유선이 넘어지는 것으로 편집했습니다. 이러한 배치는 독자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손숙이 “2번째 증명”에 관해 설명했음을 보임과 동시에, 더 중요하게는 “유선이 넘어진 것”자체가 비유적으로 “2번째 증명”에 대한 답으로 기능하는 장치라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2번째 증명”은 작중에서 직접적으로 제시되지는 않지만 “유선이 돌부리에 넘어진, 굼뜨고 멍청함”과 상당한 관련이 있음과 동시에, 그 증명에 대해 시위대장 나름의 사견(私見)을 통해 그 얼개를 대략적으로나마 유추가 가능합니다. 다만 여기서 시위대장의 사견과 손숙이 언급한 것으로 보이는 “2번째 증명”이 100% 맞는 것은 아닙니다.



시위대장 : 沒用的小鬼 
저 쓸모없는 꼬맹이 녀석(小鬼)

문맥상 沒用的小鬼는 손숙이 말한 것이 아니라, 시위대장이 말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沒用에는 첫째로, “굼뜨다”라는 뜻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이는 애가 몸이 굼떠서 돌부리에도 넘어지는 헛짓거리를 하고 있다는 직접적인 비난이죠. 둘째로, 沒用의 자주 쓰이는 용례로써 “쓸모없다”는 뜻을 지닙니다. 이 “쓸모없음”은 다음 2번째 말풍선에서 보충 설명되는데요, 제갈량이 곁에서 애지중지 키웠는데도 멍청하기가 버러지 수준(蟲)이라서, 유비 측에 아무런 실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겁니다.



때문에 문맥에 따라 본다면 4페이지의 4개의 말풍선의 화자는 모두 시위대입니다. 제가 리뷰를 쓸 때는 손숙과 시위대장이 나누는 좌담으로 생각했는데, 문맥 파악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오역입니다. 유선의 행위를 굼뜨고(沒用), 아무짝에도 쓸모없는(沒用) 멍청이라 지적한 뒤, 그 멍청함의 정도가 강동의 어떤 어린아이들도 뒤따라오지 못한다며 부연설명을 덧붙이고는, 마지막으로 이런 멍청이를 키워낸 제갈량에게 동정표를 던지며 진술을 끝내는 것. 대사 흐름이 이렇게 이어져야 문맥에 맞는 거죠. 대사의 주체를 올바르게 고친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유선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짐)
시위대장 : 沒用的小鬼
저 쓸모없는 꼬맹이 녀석(小鬼)
보모 : 喔 別哭別哭
아, 울지 마세요, 울음 그치세요.
시위대장 : 人說他聰明 原來全是拍馬屁
저 애가 총명하다던 주위 사람들의 말은 전부 아첨이었더라고요.
시위대장 : 這月所見 강동的小孩 哪有一個比他笨
이번 한 달 동안 쭉 지켜본 바, 강동 아이들 중에 저녀석 보다 멍청한 녀석 따위 있을 리가 없어요.
시위대장 : 와룡帶大的 反而蜕變成蟲了
와룡이 돌보며 키웠지만 구더기로 전락했을 줄이야.
시위대장 : 小姐所言的第二件事 我終于明白...這阿斗 眞是扶不上的
아가씨의 두 번째 말씀을 이제야 알아듣겠네요..정말 손으로 부축을 해줘도 일어서질 못하는 군요, 아두 저 아이는.

각설하고, 다시 沒用的小鬼 대사로 돌아가, 小鬼에 대해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小鬼는 본래 ⟪사기⟫「봉선서(封禪書)」에서 나온 단어입니다. 고대 중국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죽으면 신령이 된다고 믿었습니다, 때문에 사람들은 이 신에게 복을 구하고, 신의 공에 감사드리는 사(祠)를 드렸습니다. 이런 신령들 가운데, 비교적 비천한 지위에 위치한 신령을 지칭하는 말이 바로 “소귀(小鬼)” 였습니다.

杜主, 故周之右將軍, 其在秦中, 最小鬼之神者(也).
두주(杜主)는 본시 주周 왕조의 우장군(右將軍)이었는데 진중(秦中) 지방에서는 가장 작은 귀신이었지만 영험이 있었다. 
이상의 성수와 신령들을 해마다 때에 맞추어 각각 제사하였다
출전 - ⟪사기⟫ 권28 제6서(書) 「봉선서(封禪書)」

낮은 지위의 신령을 가리키던 말에서 출발해, 후에는 그 의미가 변형되어 명,청대에는 귀신을 부리는 [저승사자]로 쓰이다가, 현재 중국에서는 “사람을 낮잡아 부르는, 폄훼하는 멸칭”“어린 아이들을 부르는 애칭” 두 가지의미로 애용됩니다. 당연히 시위대장의 말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유선을 폄훼하는 뜻으로 小鬼가 쓰였죠.
이 다음에 시위대장은 유선의 멍청함은 강동의 어떤 어린아이도 따라올 수 없을 거라 말합니다. 이 부분에서 좀 더 심화시켜 생각해보죠. 손숙(손부인)이 유비의 아이를 밸 경우입니다. 당연히 실제 역사에서 손부인은 임신을 하지 않았습니다만, 여긴 만화잖아요. 곽가가 관우를 포섭하기 위해 유비의 아들을 독살했다는 장면도 나오는 판인데, 하물며 손부인이 유비의 아들을 낳는 것쯤이야..
아무튼, 손부인이 유비의 아이를 출산한다면, 이 아이는 [강동의 아이]가 될 겁니다. 강동의 어떤 아이들도 유선의 멍청함에는 따라가지 못하니, 손부인의 친자식은 무조건 유선보다 똑똑할 겁니다. 그럼 촉의 소주(少主)는 어떻게 될까요. 손부인이 친자식을 낳게 된 순간에도 멍청하며 쓸모없는 유선을 소주로 인정할까요.
위 내용을 보충하듯 시위대장은 “손으로 부축해줘도 일어서지 못한다”는 대사를 칩니다. 이전 리뷰에서도 설명 드렸지만 “손으로 부축했는데도 일어서지 못하다”라는 말은 “비루먹은 개는 담 위로 밀어 올려줘도 오르지 못한다癞皮狗扶不上墙去”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말뜻은 “구제불능”을 의미합니다. 시위대장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간단하죠, 몸가짐이 굼떠서(沒用) 돌부리에 걸려 자빠진 주제에, 혼자서는 일어서지도 못하는 쓸모없는(沒用) 구제불능이라는 이야기.

시위대장 : 제갈량機警聰明 終于明白放手這道理了
민활하고도 총명한 그 제갈량도 드디어 손을 뗀다는 이치를 깨달은 게죠.

제갈량이 키우는 개가 있습니다. 그 개는 멍청해서 혼자서는 담벼락에 오르지도 못해요. 그래서 제갈량은 담벼락 위에 올려주고자 개를 손으로 밀어 올려 줍니다. 기껏 밀어 올려주면 재깍재깍 담벼락 위에 올라갈 것이지, 멍청하게 사지를 버둥버둥 거리면서 담벼락 한가운데 낑낑 거리고 있네요. 언젠가 올라가겠지, 하며 밑에서 개를 계속해서 밀어 올려주는 제갈량만 고생하는 상황,
시위대장의 말은, 제갈량이란 사람은 민활하고 총명한데도 “유선은 천재다”란 아집에 빠져 비루먹은 개(유선)을 밀어 올려주느라 온갖 고생이란 고생은 다하다가, 드디어 지금에 와서 얼마나 밀어줘도 담벼락에 오르지 못한다는 이치를 깨닫고는 손을 뗐다는 겁니다. 더 이상 개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얘기죠.

=====19.03.05. 설명 추가.

시위대장은 바보같은 유선을 보면서 계속해서 "제갈량이 더이상 유선을 곁에서 부축해주지 않을 것이다"라는 뉘앙스의 단어를 반복 변주해가며 사용합니다. 扶不, 放手這道理 등이 그러합니다. 하지만 이는 오로지 시위대장이 바라보는 제갈량일 뿐이지, 제갈량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 제갈량 본인은 과연 유선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가 문제의 본질인데, 화봉요원 102화를 참고하면 이에 대한 답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102화에서 [천하대의를 쫓는 멍청한] 유비를 보고 장비가 하는 말입니다.



縱使大哥也是個傻瓜,
설령 큰형님 또한 바보라 해도,
但是,他真的是個...
그럼에도 당신은 진실로...
可以扶持的正人君子啊!
곁에서 받들 수밖에 없는 정인군자이십니다!

13권에서 서주를 지켜낸 후에 바로 군을 물리겠다는 유비의 말을 듣고 감동받은 장비가 외친 말입니다. 유비가 이렇게 제 이익을 좇지 않고 대의만 따르는 천하의 멍청이라고 할지라도, 대의를 좇는다며 버둥거리며 담벼락 위로 오르지 못하는 비루먹은 개라 할지라도[癞皮狗扶不上墙去] 자신과 둘째 형님은 그를 곁에서 받들리라(扶持)는 외침이지요.
마땅히 의자(義者)로서 서주를 지키기 위한 일념으로 군을 일으키는 유비의 모습은, 조조나 여포같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면 천하의 어리석은 멍청이로 보일 겁니다. 모두가 사리사욕을 좇아 제 근거지를 갖기에 혈안인데, 얻는 건 하나 없으면서 서주를 지키겠다고 나서다니. 엄청나게 우습게 보일테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관,장 두 형제는 이런 어리석은 유비를 곁에서 부축하며 받든다고 합니다.
마찬가지 입니다. 515화에서 고작 돌부리에 넘어진걸로도 제 힘으로는 일어서지도 못하지는 유선의 모습이 다른 사람들 눈에는 천하의 멍청이로 보일테지만, 이 또한 유비처럼 천하대의를 따르기에 멍청하게 보일 뿐이며 제갈량 역시 관,장 형제처럼 유선을 곁에서 부축하며 받들리라 해석해 볼 수도 있습니다.

덧글

  • ㅇㅇ 2019/02/28 03:33 # 삭제 답글

    근데 시위대장 말을 참 x없이 말하는듯 ㅋㅋ 통수 맞을거 생각하니 신나네요
  • 찌질이 ver2 2019/03/05 12:22 #

    515화 癞皮狗扶不上墙去 부분 설명 마지막 문단에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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