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시인(不是人) - 제갈량과 황월영. by 찌질이 ver2





















































제갈량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만큼, 그의 아내 황월영의 이야기..좀 더 콕 찝자면 그녀의 추한 외모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먼 옛날 민담나 설화에서부터 시작해 현재의 삼국지 서브컬쳐계에 이르기 까지, 수많은 사람들은 이런 [추한 외모]를 각색하고, 포장했습니다.

설화나 민담에서는 [추한 외모]를 통해, 외모나 겉에 중시하지 않고 본질(내면)을 중요시한 제갈량의 뜻깊은 마음을 알 수 있다며 미담으로 포장했고,

삼국지 서브컬쳐계에서는 "사실 황승언이 사람 걸러내보려고 시험해보던거다. 원래 미녀였다" "당대의 미녀관과는 달라서 그때의 추녀=현대의 미녀 일거다" "인도계 피가 섞여서 경원시 받은것이 추녀로 되었다"라는 둥...이런 저런 말로 포장하지요.

하지만 아직 작가주의가 넘치고, 자본주의에 굴복하기 전의 진모는 그런 "메르헨"적이거나 "미담"을 아예 정면에서 부정합니다.


제갈량은 입신양명을 위해 형주에 와서 진법에 대한 강론을 펼치던 중이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말장인 위연에게 "책만 배운 탁상공론만 펼치는 서생이 뭘 알겠냐"라고 도발당하고, 나름대로 자존심 세워보겠답시고 뻗대다가 뺨을 맞고, 목숨까지 위협당합니다.

그리고 황충에게 전해들은대로 
자신을 드러내려면 "명성"을 쌓아야 했지요.

제갈량은 바로 이 [명성]을 위해 형주의 명사 황씨집안으로 들어가, 황승언의 유명한 딸..추녀 황월영과 결혼하게 됩니다.
황승언은 집안의 골칫거리를 치워서 좋고
제갈량은 명성을 쌓게 되어서 좋고.

하지만 뒤에서 나오듯, 부인 황월영은 대체 자기랑 왜 결혼했는지 따져묻고
제갈량은 왜 자신이 세간에서 유명한 추녀와 결혼했는지 털어놓게 되지요.

부부사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면서도..제갈량은 황월영에게 사죄를 합니다.

당신 집안의 명성때문에 결혼해서 미안하다고.
그래도 좋은 남편이 되겠다며..결혼식 첫날에 눈물을 훔치는 거죠.




어찌보면 남들이 이렇게 저렇게 포장하면서 타협하고 넘어가려는 것을 거부하고
과감하게 건드리는 진모 다운 부부묘사였습니다.

근데, 전 오히려 이 부부 묘사가 좋다고 느껴졌습니다.
"사실 미녀였다"라는 얄팍한 포장지를 씌워놓고 어물쩡 넘어가려는 것보다

추녀와
그녀의 집안을 바라보고 결혼한, 솔직한 남자의 사랑이니까요.

첫 만남은 다분히 속물적이고 더럽고 뒤틀렸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책임감이 사랑으로 변해가는..전개. 서로가 못남을 알기에 더욱 숭고한 사랑을 한다는 그런 전개가 좋아요. 이것저것 작위적이고 가식적인 포장이 아닌 있는그대로를 인정한다는..

그리고 이 남자는 자신의 말을 지켰으니까요.

역사대로라면 제갈량은 첩 하나 두지 않고,
평생 남편은 부인을, 부인은 남편을 서로 예우하고 사랑하며
제갈첨이라는 사랑의 결실을 맺은 거니까.

불시인도 한번 번역해보고 싶은데, 워낙 제 중국어 실력이 미천해서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전달했는지 잘 모르겠군요.


덧글

  • ㅇㅇㅇㅇ 2018/02/14 00:05 # 삭제 답글

    연애결혼으로 시작해도 이혼하는게 다반사고 아예 결혼 매칭까지 하는 현대에 많은걸 생각나게 만드내요.
  • ㅇㅇㅇㅇㅇ 2018/02/14 00:08 # 삭제 답글

    제발 화봉요원 좀 풀어주세요 ㅠㅠ... 설날이니까 좀 풀어주세용
  • 유2열 2018/02/14 09:40 # 삭제 답글

    진모작가의 습작? 혹은 과거 작품인가 보네요 ㅎㅎ
    여자를 못그리겠으니 아예 가려버리는 클라스....ㅋㅋ

    제갈량 취업준비과정도 잘 그려놨네요. 보통 유비군에 바로 들어가는거로 나오는데 말이죠 ㅎㅎ
  • 유2열 2018/02/14 17:20 # 삭제

    덧붙여서 도대체 황충은 몇살부터 흰수염이 났던걸까요 ㅋㅋㅋ
    어느 시간대에 등장하든 항상 노인장이군요 ㅋㅋ 거의 2,30대인 나이일텐데 말이죠 ㅋㅋㅋ
  • 칼스 2018/02/14 10:25 # 삭제 답글

    예전 디시버님 블로그의 포스팅과 그 댓글들 사이에서 나오던 얘기들이군요ㅎ 그때 당시에도 불시인 특유의 극화체
    때문인지, 굉장히 인상적으로 느껴진 담론이었는데, 이렇게 또 데자뷰가 되는군요.
  • 주사위 2018/02/14 10:52 # 답글

    진모 작가님 참 이야기 잘 만듭니다.

    황충은 그야말로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르니 친절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네요.

    명성을 드높일 기회가 지났다고 했지만 명성도 쌓고 죽는 날이 올때까지 젊은이 못지 않게 활동하게 되버릴 줄은 꿈에도 못했겠지요. ㅎㅎㅎ
  • ㅂㅈㄷㄱ 2018/02/14 11:17 # 삭제 답글

    위연을 죽이라고 한게 여기서 원한을 품은거였던 겁니까ㅋㅋㅋㅋㅋ
  • 촉촉한촉빠 2018/02/14 15:41 # 삭제 답글

    1. 히야~ 진모 옛날 그림체인가요? 이것도 정말 매력있네요!
    2. 그림체와 찌질이님의 멋진 번역이 참 잘 어울리네용. 단지 뜻만 옮기는게 아니라, 느낌도 살려내려고 신경쓰신게 느껴집니다.
    3. 황월영의 못생긴 얼굴은 상상의 영역으로...그런데 보통 못생긴 여성의 얼굴은 만화에서 개그소재로 낭비되곤 합니다만, 울부짖는 제갈량의 죄책감으로부터 황월영이 그동안 인내해온 고통의 시간들도 느껴져서 가슴이 아프네요. 진모다운 솜씨입니다.
    4. 황충은 화봉요원이랑 느낌이 비슷하네요. 시간을 놓친 것에 대한 한탄이라든지..



    5.ㅋㅋㅋㅋ제갈량 뒤끝.....위연 인생꼬이는 소리가 들리네..
  • 로로 2018/02/14 17:39 # 삭제 답글

    감사합니다. 불시인도 재미있네요
  • 오메 2018/02/14 18:29 # 삭제 답글

    회봉요원 전에 나온 불시인 있다길래 꼭 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보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 피그말리온 2018/02/14 22:32 # 답글

    하긴 솔직한게 오히려 더 인간적일 수도 있겠네요. 관우가 화용도에서 조조를 놓아주는 일이라든가...
  • 헤렐 2018/02/15 00:29 # 삭제 답글

    이거 처음 봤는데 리얼 충격이네요....
    나의 제갈량이....우우우우우....
    그리고 화봉요원 언제쯤 풀리나요
    너무 힘듭니다
  • 요원009 2018/02/15 18:39 # 답글

    흠.... 제갈량이 금수저 집안인데다가 이모들이 유표의 첩이라 저렇게까지 힘들게 살진 않았을 겁니다.

    너무 진지하게 이야기하는진 모르겠는데, 오히려 제갈량은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려고 일부러 유표를 피했을지도 모르죠. 황승언과도 진작부터 친분이 두터웠고 당대 형주 명사 방통과도 안면이 있을 정도로 인맥 또한 빵빵했었습니다. 방통이야 오나라에서도 유명인사라 삼국지연의에서 처럼 무명으로 살지도 않았고요.

    근데 이렇게 위연에게 얻어맞는 장면을 보니 진모가 참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은 드네요. 정말 재미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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