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봉요원 번역 58권 463화 - 자신의 적(敵)이 되다 by 찌질이 ver2



1. 등태산소이천하(登泰山而小天下)

태산에 올라보니 천하가 작음을 알았다. <맹자(孟子)> 진심(盡心)에 나오는, 공자가 태산 정상에 올라 외친 말이지요.

노나라 동산에 올랐더니 노나라가 작게보이고, 태산에 올라보니 천하가 작게보이는 구나!

이는 자기가 서있는 곳에 따라서 세상을 보게된다는 이야기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성인의 위대한 말씀을 배운 사람들은 사이비나 한갖 말장난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며
커다란 바다와 대양을 눈으로 본 사람들은, 한같 내천과 작은 물따위는 성에 차지 않을 것이고,
태산에 올라 세상이 좁음을 안 사람들은, 지금 자신 주위에 벌어지는 사건 사고따위가 얼마나 같잖고 보잘것 없는 것인지 깨달을 겁니다.

원래 공자는 노나라 촌사람입니다. 조그만 마을에 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그의 식견의 한계는 마을어귀에 머물러 있었을 겁니다.
다른 사람들이 "노나라는 커다란 땅떵이야" 라고 말해도 얼마나 큰지 가늠하지도 못했을거란 말이죠. 그저 "그래 노나라는 커" 하면서 고개만 주억거렸을테죠.

하지만 그런 마을의 조그만 동산에 오르니까, 비로소 "노나라가 얼마나 큰 지를" 인식했습니다. 자기가 사는 마을은 아예 눈에 들어오지도 않구요.
동산에 올라서야, 노나라가 얼마나 작은지를, 그리고 그 마을 한켠에 살고있는 공자 자신은 얼마나 조그맣고 별볼일 없는 존재인지를 뼈저리게 깨달은 거죠.
또한, 노나라도 천하에 비하면 얼마나 작은 것인지도 깨달았지요.

그때부터 공자는 한낱 마을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노나라가 작음을 알았으니, 그 안에서 위세부리고 나 잘났다는 놈들을 한트럭 가져다 줘도 연연하지 않는거죠. 그것들은 한갓 별볼일 없는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아니까요.

마찬가지 입니다. 태산에 오르기 전만해도 천하라는 경지가 어느정도인지 몰랐는데 태산에 오르고 나니까, 천하라는 크기를,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작은지를 깨닫게 된 것이죠.

그리고 한실회복이란 커다란 과업을 삼은 유비에겐, 좁디 좁은 형남4군에서 아둥바둥 싸우는 황충이나, 한현같은 이들에게 연연하지 않겠지요. 즉, 유비는 황충/관우와 다릅니다.
천하를 노리는 큰 뜻이 있거늘 고개 좀 숙이고, 자존심 굽히고, 자신을 낮추는게 (아래로 두는 일)이 무에 어렵겠습니까?
오히려 그런 것에 연연하는 이들을 유비는 비웃을 겁니다.

그걸 관우는 너무 늦게 깨달았다고 지적하면서도, 이제야 배웠으니 여포를 넘어섰다고 얘기하지요.

2. 사람은 누구나 한 번 죽는다.

사람은 누구나 한 번 죽지만, 그 죽음이 태산보다 무거운 이도 있고, 기러기 깃털보다 가벼운 이도 있다.”
(人固有一死, 或重於泰山, 或輕於鴻毛.)

[사기]를 지은 사마천이 한 말입니다. 사마천은 아버지 사마담과 약속했습니다. 무슨일이 있어도 역사서를 완성시키겠다고.
하지만 흉노족과 패배해 돌아온 [이릉]을 변호하다 한무제에게 화를 사 궁형이라는 극형에 처해지게 됩니다.

고환을 잘라낸, 남자조차 아닌 사마천. 천하의 조소와 비난이 쇄도합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사마천은 자신의 염원을 잊지 않았습니다. 옥중에서 친구인 임안(任安)에게 편지를 보내게 됩니다.

"난 절대 안죽는다. 원통하다고 기러기 깃털(홍모 ; 鴻毛)처럼 가볍게 목숨을 끊지 않을거야, 무슨일이 있어도 [사기]를 집필할 것이다"

자신의 울분과 화를 유려한 글로 벼려냅니다.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필생의 염원을 이뤄내기 위해서.
그 집녑과 울분을 통해 15년 뒤, 기어코 사마천은 [사기]를 완성시키게 됩니다.

불우한 운명과 어쩔수없는 상황에 닥쳤을때 "살아서 뭣하나, 죽자"라고 하는건 쉽습니다. 역사에 이름남기겠다고, 우국지사가 되겠다며, 항거의 표시로 목숨을 끊기는 참 쉽습니다.
하지만 정작 세상에 귀감이 된 사람들은 깃털처럼 자신의 목숨을 끊은 인간들이 아닙니다!

세상의 끝없는 굴욕과 비난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나간 사람들이였습니다.

한시 역작 [이소]는 "굴원"이 초나라에서 도망쳐 거렁뱅이가 되어 돌아다닐때 쓴 것이고,
역사서 [춘추좌씨전] [국어 國語]는 "좌구명"이 맹인이 된 후에 쓴 것이며,
다리가 절단되어 광인행세를 했어야 했던 "손빈"는 기어코 복수를 했으며
설득에 관한 불후의 역작 [세난說難]은 "한비자"가 감옥에 갇혀서야 쓴 것입니다.


각설하고, 사마천의 말이 변주되어 황충의 독백에 차용되었습니다.

덧글

  • 굿 2017/09/23 17:57 # 삭제 답글

    1빠ㅋ 항상 굿~!
  • 용용 2017/09/23 18:00 # 삭제 답글

    만화보다는 해석이 더 재밌다
  • 스리 2017/09/23 18:07 # 삭제 답글

    번역 감사합니다
    조범 어디서 봤나 했더니
    야한 망가에 나오는 강간범같이 생겼음 ㅋㅋ
    야동에서도 비슷한 사람 본 것 같은데 ㅋ
  • ㅡ ㅡ 2017/09/23 18:52 # 삭제 답글

    님 ㅡ ㅡ 화이또 ㅡ ㅡ 언제나 잘보고 있음 ㅡ ㅡ ㅋ ㄳ
  • Mc05 2017/09/23 18:52 # 삭제 답글

    으어 재밌게 잘 봤습니다
    주말 잘 보내십쇼
  • 감사 2017/09/23 19:03 # 삭제 답글

    감사합니다. 그런데 다리가 절단되어 광인행세했던건 손빈 아닌가요?
  • 찌질이 ver2 2017/09/23 19:04 #

    죄송합니다 손무랑 손빈이랑 헷갈렸네요
  • ㅇㅇ 2017/09/23 19:26 # 삭제 답글

    훌륭한 번역에 만화보다 뛰어난 해석.. 아마 진모작가님도 찌질님의 해석을 보고 자신의 만화를 이렇게 깊이 생각하며 봐주는 독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 흐뭇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 ㅇㅇ 2017/09/23 19:35 # 삭제 답글

    해설 조아용
  • ㅇㅇ 2017/09/23 19:45 # 삭제 답글

    여씨춘추부분은 삭제하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여씨춘추는 여불위의 권세가 막강할때 지어진거니깐요 여씨춘추가 다 만들어 지고나서 여불위가 '여기서 한글자만이라도 수정하면 일천금을 주겠다'며 권력이 최고조에 오를때 만들어진게 여씨춘추입니다
  • 찌질이 ver2 2017/09/23 19:48 #

    ㅜㅜㅜ 찌질이의 무식함이 자꾸 탄로나는군요 ㅠㅠ
  • ㅈㅈ 2017/09/23 23:44 # 삭제 답글

    위에분 말대로 만화도 만화지만 해석 진짜 재밌네요
    디시버님 보는 것 같아서 재밌어요
  • 깨굴이 2017/09/24 02:15 # 삭제 답글

    ^^ 잘 봤습니다 ㄳㄳㄳ
  • 0356 2017/09/24 03:57 # 삭제 답글

    아니 근데 번씨 부인 너무 이쁜 거 아닙니까;;?
  • 감사합니다 2017/09/24 04:02 # 삭제 답글

    잘봤습니다 ㅎㅎ
  • ㅇㅇ 2017/09/24 11:15 # 삭제 답글

    잘보고 갑니다~ 여포는 맨날 뛰어넘겨지네
  • ㅇㅇ 2017/09/24 13:22 # 삭제 답글

    아니...소맹은 어쩌고...ㅠㅠㅠㅠ
  • 로로 2017/09/24 15:42 # 삭제 답글

    감사합니다
  • 료라이라이 2017/09/25 12:58 # 삭제 답글

    여포가 대단한 인물이죠 뭐 이리도 비교가 되니
  • 잘 보고갑니다. 2017/09/25 13:09 # 삭제 답글

    너무 재미있어요 감사합니다!!!
  • 주사위 2017/09/25 14:23 # 답글

    잘 봤습니다.

    요원화는 무쌍찍는군요.
  • ㅇㅇㅇㅇ 2017/09/26 21:18 # 삭제 답글

    만화보다 해석보러 온다는...
    항상 잘 보고잇습니다.
  • ㅇㅇ 2017/12/17 21:24 # 삭제 답글

    요원화도 장료처럼 싸우면 싸울수록 강해지게 되었네요 역사상으론 이후 둘이 다시 만나는일이 없는데 화봉에서는 한번은 결착을 지어주겠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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